'조림의 왕' 최강록이 보여준 기다림의 미학, 그리고 메밀김밥
“이것은… 아주 맛있는 조림입니다. 근데 이제 바질을 곁들인…”
최근 다시금 요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물이 있습니다. 만화책으로 요리를 배웠다는 전설적인 에피소드, 어눌한 듯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말투,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순간 사람을 웃음 짓게 만드는 확실한 맛. 바로 최강록 셰프입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2>의 우승자로 대중에게 각인된 후, 최근 <흑백요리사>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진가를 증명했죠. 화려한 분자 요리나 압도적인 스케일의 서양 요리 사이에서, 그가 묵묵히 내놓은 것은 투박해 보이지만 깊은 내공이 담긴 ‘일식 가정식’, 그중에서도 **‘조림(Nitsuke)‘**이었습니다.
오늘은 재료와 대화하며 맛을 응축시키는 ‘조림의 왕’ 최강록 셰프의 요리 세계와, 그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시그니처 메뉴 **‘메밀김밥’**에 대해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냉장고 속 무 한 덩이가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입니다.
1. “나야, 들기름” : 최강록의 요리 철학
최강록 셰프의 요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응축’**입니다. 그는 물을 많이 잡고 끓이는 ‘탕’보다는, 자작한 국물에 재료의 맛을 꽉 가두는 ‘조림’을 선호합니다.
🥘 졸임(Braising)의 과학
그는 방송에서 “저는 조림을 좋아합니다”라고 수없이 말했습니다. 조림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닙니다. 시간과의 싸움이자 재료에 대한 이해입니다. 센 불에서 확 끓여버리면 재료의 겉면만 익고 간이 배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약한 불에서는 재료가 퍼져버리죠. 적절한 불 조절을 통해 수분을 날려 보내고, 그 빈자리에 간장과 설탕, 맛술(미림)의 감칠맛을 채워 넣는 과정. 이것이 바로 최강록식 조림의 핵심입니다.
🌿 킥(Kick)의 마술사
그의 요리가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이유는 바로 예상치 못한 재료의 조합, 즉 ‘킥’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명한 어록인 “근데 이제 바질을 곁들인”처럼, 전통적인 간장 베이스의 조림에 서양의 허브를 넣거나, 고추장 찌개에 생크림을 넣는 식이죠. 이는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나 볼 법한 상상력이지만, 그가 만들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맛으로 변합니다. 특히 들기름에 대한 그의 사랑은 유별난데, 동물성 지방이 줄 수 없는 고소함과 향긋함을 들기름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 냅니다.
2. 쌀 대신 메밀? 식감의 혁명 ‘메밀김밥’
최강록 셰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메뉴, 바로 **‘메밀김밥’**입니다. 김밥에는 으레 하얀 쌀밥이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 메뉴는, 이제 전국의 수많은 이자카야와 분식집에서 따라 하는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 왜 하필 메밀일까?
메밀(Soba)은 일본 면 요리의 대표 주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메밀면을 삶아서 밥 대신 김 위에 깔았습니다.
- 식감의 재미: 밥알이 쫀득하게 씹힌다면, 메밀면은 툭툭 끊어지면서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집니다. 이 독특한 식감이 김밥 속 재료들과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줍니다.
- 다이어트와 건강: 메밀은 쌀보다 칼로리가 낮고 혈당지수(GI)가 낮은 ‘착한 탄수화물’입니다. 루틴 성분이 풍부해 혈관 건강에도 좋죠. “맛있는데 살도 덜 찐다?” 이것만큼 매력적인 제안이 어디 있을까요?
- 쯔유와의 궁합: 밥에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는 일반 김밥과 달리, 메밀김밥은 메밀면 자체를 달콤 짭짤한 쯔유(가쓰오부시 간장)에 버무려 사용합니다. 이 감칠맛이 폭발하는 베이스가 맛의 비결입니다.
🍙 메밀김밥의 핵심 재료
그의 메밀김밥에는 보통 **‘아보카도’**와 **‘일본식 달걀구이(교쿠/다시마키)‘**가 들어갑니다. 부드러운 아보카도가 버터처럼 녹아내리고, 달콤하고 폭신한 달걀구이가 짭짤한 메밀면을 감싸 안습니다. 여기에 와사비 마요네즈 소스를 곁들이면, 코끝이 찡해지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맛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3. 집에서 따라잡기: 최강록 스타일 ‘무 조림’ & ‘메밀김밥’ 팁
셰프의 손맛을 100% 따라 할 순 없겠지만, 그의 팁을 빌려 집에서도 훌륭한 일식 가정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밥도둑 끝판왕 ‘고등어 무 조림’ (최강록 Style)
재료: 고등어 1마리, 무 1/3개, 대파, 꽈리고추 조림장(비율): 간장 4 : 맛술 4 : 청주 4 : 설탕 1 : 물 4
Point 1. 무는 한 번 삶아서 써라 무를 생으로 바로 조림장에 넣으면 익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양념이 겉돕니다. 쌀뜨물에 무를 먼저 투명해질 때까지 푹 삶은 뒤에 조림장에 넣으세요. 그러면 무가 스펀지처럼 양념을 쭉쭉 빨아들입니다.
Point 2. 뚜껑을 열고 조려라 생선 비린내를 날리기 위해 처음에는 뚜껑을 열고 센 불에서 알코올을 날려줍니다. 그리고 종이 호일(오토시부타)을 재료 바로 위에 덮어주면, 적은 양념으로도 골고루 간이 배게 할 수 있습니다.
Point 3. 마지막에 ‘버터’ 한 조각? 이것이 최강록식 킥입니다. 조림이 다 되었을 때 마지막에 버터 한 조각을 녹여보세요. 간장의 짠맛을 중화시키면서 풍미가 급상승합니다. “이것은… 마치 프렌치 요리 같습니다.”
🍣 실패 없는 ‘메밀김밥’ 말기
재료: 메밀 건면, 김밥용 김, 달걀, 아보카도, 와사비, 마요네즈, 쯔유
Tip 1. 면은 푹 삶고 찬물에 박박 씻어라 김밥용 메밀면은 파스타처럼 알덴테로 삶으면 안 됩니다. 푹 삶아야 나중에 굳지 않습니다. 그리고 찬물에서 전분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면끼리 떡지지 않고 찰기가 생깁니다.
Tip 2. 물기를 꽉 짜라 물기가 남아 있으면 김이 눅눅해져서 옆구리가 터집니다. 삶은 면은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키친타월로 한 번 더 닦아준 뒤 쯔유와 들기름으로 밑간을 하세요.
Tip 3. 김 끝에 물 대신 ‘밥풀’이나 ‘마요네즈’ 메밀면은 점성이 없어서 김 끝이 잘 안 붙을 수 있습니다. 으깬 밥풀이나 접착력 좋은 마요네즈를 살짝 발라주면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4. 에필로그: 요리는 상상력이다
최강록 셰프를 보며 느끼는 것은, 요리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화책을 보고 요리를 시작했다는 그의 엉뚱한 시작처럼, “이 재료와 저 재료가 만나면 어떤 맛이 날까?”라는 순수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그를 최고의 셰프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요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레시피를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오늘은 여기에 카레 가루를 조금 넣어볼까?”, “남은 치킨을 조림장에 넣어볼까?” 하는 작은 시도들 말이죠. 그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여러분만의 ‘메밀김밥’ 같은 인생 요리가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은 냉동실에 잠자고 있는 식재료들을 깨워, 최강록 셰프처럼 주문을 걸어보세요.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근데 이제 정성을 곁들인.”
P.S. 최강록 셰프가 자주 사용하는 **‘다시마 절임(코부지메)‘**도 집에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회를 떠서 다시마 사이에 끼워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비린내는 사라지고 감칠맛 폭탄인 쫀득한 숙성회가 됩니다. 주말에 꼭 한번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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